*
취미로 재즈 피아노를 시작한 건 2022년 10월이다. 처음 1년 간 좀 집중해서 배웠고, 그 다음 1년은 하다 말다 했다. 올해 4월부터 다시 집중해서 했으니, 초보 단계는 넘었지만 중급으로는 가지 못한 그 애매한 지점에 있는 취미 뮤지션이라 자평할 수 있겠다.
재즈를 언제부터, 왜 하고 싶었는지는 잘 기억이 나지 않는다. 뭐든 성실하게 열심히 하는 모범생 기질을 좀 벗어던지고 싶었다. 내가 동경하는 천재들은 틀을 벗어난 이들이었고, 나는 언제나 정해진 모범 답안을 쓰는 범재였다. 그런 내가 답답했다. 아마도 그래서였던 것 같다. 꽤 오래도록 애정을 가지고 해왔던 클래식 피아노를 접고, 재즈의 자유로운 리듬과 멜로디 속으로 뛰어들고자 마음 먹었던 것은. 재즈 연주 속, 코드 하나만 있으면 자유롭게 즉흥이 나오는 그 순간들이 마치 마법 같았다.
*
그렇지만 재즈 피아노는 취미인이 접근하기에 그렇게 녹록한 분야는 아니었다. 피아노를 꽤 오래 해왔으니 독학도 가능하지 않을까, 생각해서 책도 이것저것 사보고 유튜브나 블로그도 꽤 찾아봤지만, 전공이 아닌 취미로 재즈를 오래 배우는 사람은 기본적으로 좀 드물다는 사실만 알게 됐다.
그 이유는 독학이 꽤나 어렵기 때문이었다. 음감이나 리듬감이 타고 난 사람이면 가능하겠지만... 2, 4에 강박을 주는 재즈 스윙 리듬은 평생 1, 3으로만 박자를 세왔던 트로트 민족(!)이자 취미 클래식 피아니스트에게는 매우 습득하기 어려운 요소이다. 당김음(싱코페이션)은 또 어떻고? 타고 난 사람들이 아닌 이상 박자를 쪼개서 반 박자 단위로 연주하는 방법을 배워야 한다. 화성... 백 번 양보해서 3화음(ex. C코드-도미솔)은 혼자서 할 만큼 쉽다(!)고 할 수 있겠지만, 4화음(7th코드)에 텐션까지 들어가면 머리가 뽀개진다. 배우지 않으면 할 수가 없다. (달리 말하면 배우고 연습하면 누구나 할 수 있다.) 다행히 좋은 선생님들을 만난 덕에 재미 있게 하고 있다.
*
그렇지만 취미인이라서 누릴 수 있는 매우 커다란 장점이 있다. 즐기면서 음악을 할 수 있다는 점이다. 아름다운 재즈 곡들을 코드만 보고 연주해 낼 때, 그 멜로디와 리듬, 화성이 서툴더라도 내 머릿속에서 자유롭게 나왔을 때의 즐거움이랄까. 좋은 곡을 듣고 그 멜로디를 적용해 볼 때, 어느 순간 컴핑과 술술 어우러질 때의 환희랄까. 완벽하지 않아도 즐거운 게 음악이라서, 그래서 재즈를 하는 게 정말 재미있다.
*
재즈 피아노는 본업인 역사학 연구와 상당히 닮아 있음을 느낀다. 기본기를 닦는 데 정말 많은 시간이 든다. 기본기 연습을 하고, 또 해도 제대로 하는 게 참 어렵다. 묵묵한 연습 9 짜릿한 순간 1의 비율마저도 서로가 닮았다. 잘 하는 부분이 아니라 못 하는 부분을 주의 깊게 관찰하고 반복적으로 연습해야 한다는 점도 참 닮았다. 수영도 마찬가지다. 스타트를 9번 실패하면 1번 성공한다. 그래도 그냥 계속 해야 한다. 결국 나의 부족함을 직면하고 연습하다 보면 어느 순간 이루어진다는 점에서, 이 모든 게 같다. 수행 같다.
*
오늘의 연습 일기_
장소 / 지축 메리피아노스튜디오
시간 / 9:30~11:00 (1시간 반)
내용 /
- 12key 스케일 (70 BPM / 4분음표x1 scale, 8분음표x2, 3연음x3, 스윙x4, 16분음표x4) 20분; 집중력이 흐트러지면 바로 틀림.
- Winter Wonderland A파트 왼손 스트라이드 + 오른손 멜로디 / B파트 왼손 워킹베이스 + 오른손 텐션 코드; 새로운 텐션 코드(C9, D9, Em7(b5) 등)가 너무 안 외워진다. 악보를 보고 하는 건 잘 할 수 있는데... 워킹베이스는 비교적 쉬웠다.
- Hey Now 원곡 틀어 놓고 따라하며 뉘앙스 연습; 매우 신남. 컴핑 리듬이 미묘하게 안 맞았는데 원곡 틀어 놓고 따라하니 좀 나은 듯.

'취미 뮤지션으로 살아가기' 카테고리의 다른 글
| 2026. 1. 19. 인생 첫 잼 세션(jam session) 후기 (0) | 2026.01.19 |
|---|